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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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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가지 황금문 |
2014-09-12 11:24: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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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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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찻집이 있다. 목이 좋아 손님이 들고 난다. 그곳에 웃음이 있고 말의 유희가 느껴진다. 그래, 참 좋은 일도 많은 모양이다. 언젠가 들러보니 좌석은 금연석과 흡연석으로 나눠져 있었다. 금연석 보다 흡연석 쪽 사람들의 표정이 심각해 보였다. 말의 높이도 더 했고 얼굴 또한 상기되어 있었다.
데이 C 세퍼트의 <세가지 황금문>이란 글을 보면 언어 생활에 어떠한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충고하고 있다. 말을 하기 전에 지녀야 하는 덕목 3가지 황금문을 제시한다.
첫째 문: 그것은 참말인가?
둘째 문: 그것은 필요한 말인가?
셋째 문: 그것은 친절한 말인가?
이 세 문을 지나왔거든 그 말의 결과가 어찌 될 것인가 염려하지 말고 대담하게 외치라고 하였다.
세상에 말을 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누구나 의사 표현을 말로하기 일쑤다. 간혹 수화로 소통을 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어느 때는 상대가 말귀를 알아듣지 못한다고 답답해하는 일도 있다.
밭갈이 하고 있는 소를 보면 말을 잘 알아듣는 모습이 신통하다. 아마 지금은 동화책 삽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옛 얘기가 되고 말았다. 아무튼 농부가 ‘저라 저라’하면 왼편으로 가라는 소리로 알고 방향을 튼다. 어느 때는 ‘어디여 어디여’하면 오른 쪽으로 가라는 소리로 알고 순종하는 소의 모습에서 성스러움을 배웠다. 사람들은 배울수록 엇박자로 행동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일생을 교단에서 보낸 삶이다. 처음 교단에 서며 다짐했던 언약이 생각난다. 참말을 하자. 그 참말이란 세존의 진실된 말을 전하는 전령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이었다. 전달자가 진리를 왜곡되게 전하게 되면 거기서 파생되는 혼돈이 얼마나 클까 상상해 보기도 했다. 잘못된 말을 전했다 하여 그때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하여 바로 잡을 기회는 아무에게도 주어지지 않는다.
일상의 언어도 그렇다. 참말만 한다 해도 못 다하고 갈 짧은 인생이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거짓말을 하여 자신의 인격을 추락시키고 주변을 혼란스럽게 하는지 모르겠다. 참말은 특징이 있다. 긴 미사여구가 필요하지 않다. 무미건조한 짤막한 말속에도 전할 말은 다 들어있는 매력이 있다. 큰 소리로 외치는 말일수록 진실이 결여되어 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참말은 아침햇살과 같이 찬란하고 풀잎에 맺힌 이슬 같이 영롱하다.
필요한 말도 특징이 있다. 약방의 감초마냥 어디에나 끼어들어 자기표현을 하려는 사람을 보게 된다. 필요한 말은 그렇게 장황하게 늘어놓지 않아도 된다. 필요하지 않은 말을 늘어놓다 보면 자기 말이 영양가가 있는 말인지 없는 말인지도 모르기가 쉽다. 말의 낭비는 주변을 어지럽히는 쓰레기와 흡사하다. 누군가는 뜻하지 않게 오물을 뒤집어쓰는 일도 있을 수 있다. 생활 쓰레기는 버리거나 털어내면 정리되겠지만 불필요한 말은 진드기 마냥 남의 피를 빨아 먹는 속성이 있기도 하다.
친절한 말은 상호 신뢰를 쌓는데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한다. 지하철역에서 길을 묻는 행인에게 안내를 해주면 연신 고맙다고 고개를 꾸벅이고 잰걸음으로 군중 속을 빠져나간다. 말을 할 바에야 친절한 말을 하여 상대도 좋고 자신도 편안할 말을 하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은 사례는 허다하다. 특히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내 마음 같은 줄 알고 짧게 말하지만 상대는 내가 아니다. 그러니 상대의 말뜻을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거기에 오해와 분쟁이 있기 마련이다.
입이 재앙의 문이다(口是禍門)라는 말이 있다. 송나라 태종은 이방(李防)에게 칙명을 내려 ≪태평총류≫를 편찬하게 하였다. 훗날 태종이 하루에 세 권씩 읽어 1년 만에 완독하였다고 해서 ≪태평어람≫이란 제목으로 바뀐 이 책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살펴 볼 수 있다.
“복이 생기는 것은 그 징조가 있으며, 화가 생기는 데도 그 단서가 나타난다. 그러므로 함부로 감정을 표출하거나 지나치게 수다를 떨어서는 안 된다. 작은 일은 큰 일의 시작이 되고, 큰 강도 작은 개미구멍으로 터지며, 큰 산도 작은 함몰로 기울어진다. 이처럼 작은 일이라도 삼가지 않으면 안 된다. 병(病)은 입으로 들어가고 화는 입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군자란 항상 입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였다.
이 말은 원래 ≪전당서(全唐書)≫ <설시편(舌詩篇)> 오언절구의 한시에서 유래하는 말이다.
구시화지문(口是禍之門) 입은 재앙의 문이요
설시참신도(舌是斬身刀)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라
폐구심장설(閉口深藏舌) 입을 다물고 혀를 깊이 간직하면
안신처처뢰(安身處處牢) 몸이 어느 곳에 있던지 편안하리라
풍도(馮道, 882~954)가 지은 시인데 그는 5조(朝) 8성(姓) 11군(君)을 섬긴 처세에 능한 달인이었다. 후당ㆍ후진ㆍ요ㆍ후한ㆍ후주 다섯 왕조에 걸쳐 여덟 개의 성을 가진 열 한 명의 임금을 섬겼다. 세인들은 지조가 없는 정치가라고 비난을 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저서 ≪장락로자서(長樂老自敍)≫에서 주장하고 있다. 자신은 황제를 섬긴 것이 아니라 나라를 섬겼다고 말하고 있다.
하여튼 말 많은 세상에 설시는 마음에 새길만한 구절임에 이견이 있을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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