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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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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녀위해 열심히 절에 가는 부모들 |
2004-12-15 21:52: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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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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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목적 기도보다 자녀에 불심 심어야
결혼해서 몇 년간 아이를 낳지 못해서 고민하던 한 보살님이 절에서 백일기도를 하고 아들 하나를 얻었다. 그 후로 절을 좋아하게 되었고 남편은 뒷전이고 늘 아들을 위해서 불공하고 기도했다. 아들이 자라서 대학을 다닐 때부터는 일찌감치 아들이 좋은 배필을 만나도록 열심히 기도하면서 공을 들였다.
보살님에게는 그야말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사랑스럽고 귀한 아들이었으며 아들이 곧 인생이고 행복이었다. 마침 말썽없이 착하게 자라준 아들은 부모에게도 효자였다. 학교를 졸업하고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끔씩 부모에게 용돈도 주고 여행도 보내줄 만큼 경제능력도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결혼하겠다고 교회에 다니는 아가씨를 데리고 왔다. 남들이 모두 인정할 정도로 종교적 믿음이 강하고 아들과 절밖에 모르는 보살님이었는지라 기왕이면 며느리가 불자였으면 좋았겠지만 그렇다고 불자며느리를 고집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둘은 서로 상대방의 종교를 존중하기로 약속하고 결혼을 했다. 그리고 한동안은 별다른 갈등없이 잘 살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아들부부는 종교문제로 다툼이 잦았고 마침내 갈등하던 아들은 아내와 아이들을 따라서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점차 집안의 명절날이나 할아버지 제사에 참석하는 것이 뜸해지고 마침내 조상들의 제삿상에 절하는 것을 공개적으로 거부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도 마마보이였을 정도로 어머니와 친숙했던 아들이 이제는 종교가 다른 어머니와 거리감을 느끼고 보이지 않는 담을 쌓아갔다. 그러나 어머니의 절대적 사랑과 지지 속에서 성장한 아들은 자기뿌리를 거부한 댓가로 자신도 모르게 삶의 외로움과 소외감을 만들어갔다.
나는 보살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약간의 무력감을 느꼈다. 어디서 어떻게 문제를 풀어가야 할지 난감했다. 경전공부를 제대로 해서 아들이 어렸을 때부터 불법을 가르치지 않고 그냥 무조건 자식 잘되게 해달라고 기복적으로 빌기만 한 보살님의 어리석은 신앙을 탓해야 할지, 아니면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제공하기 보다는 불상을 조성하고 법당을 꾸미는 일에 지나치게 보시하고 투자해온 스님들과 불자들을 탓해야 할지 그것도 모호했다.
지금도 적지 않은 불자들이 부처님을 조성하는 일에는 거금을 보시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교육장소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에는 인색하다. 또 많은 부모들이 본인은 열심히 절을 찾고 기도하면서도 아이들에게 기도하고 공부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법당을 짓고 불상을 세우는데 동참하면 복을 받는 줄 알지만 아이들에게 불법을 가르치고 아이들이 공부하고 놀고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면 복을 받는 줄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또 무수히 많은 절을 세우고 불상을 조성하는 일보다 자기 아이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르게 전달하는 것이 비교할 수 없이 더 큰 공덕을 짓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생을 항해에 비교했을 때, 항해도중에 태풍을 만나지 않도록 해 달라고 비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태풍을 만나더라도 좌절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꿋꿋하게 해쳐나갈 수 있는 용기와 힘을 달라고 비는 것이 올바른 기도다. 마찬가지로 무조건 자식이 성공하고 행복하게 해 달라고 불공하고 기도하는 것 보다는 자식이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바른 법을 배우고 가르치는 것이 진정으로 올바른 기도다.
미국 보스톤 서운사 주지
[불교신문 2084호/ 11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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